단풍잎(LÁ PHONG ĐỎ NĂM THÙY) 오엽 단풍잎. 미엔은 자신이 살아오는 동안, 이 붉은색을 어디선가 보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B52 폭격 후에 남겨진 선홍색 바나나꽃이었던가? 여름에 하얀 모래 위로 달려들던 검붉은 구름이었나? 전쟁이 끝나던 날 빛나던 붉은 깃발이었나?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단풍이 행복이었는지, 상실의 아픔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갑자기 센 강 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미엔이 느끼는 무거운 걱정의 흐름을 가로막았다. 그 선홍색에 관한 생각이 순식간에 흘러갔고, 몸소 체험했던 그 어떤 전쟁의 모습을, 오랫동안 생각을 멈출 수 없었다. 아마도 미엔은 호앙과 따뜻하고 고요한 파리의 오후에 평화롭게 걷고 있어서 그 기억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단풍잎이 떨어졌다. 바람이 단풍잎을 한곳으로 모았다. 미엔은 신발을 벗어 손에 들고, 샹 드 마르스 공원에 맨발을 디뎠다. 가끔 바람이 모아놓은 단풍 더미를 밟았다. 두 발이 시원했다. 가슴이 시원했다. 아주 편안했다. 전쟁도 없다. 부딪힐 일도 없다. 속일 일도 없다. 입고 먹는 것을 걱정할 일도 없다. 오직 지구 반대편 조
아세안익스프레스가 계묘년(癸卯年) 신년을 맞아 베트남 소설 <열세 번째 나루(Mười ba bến nước)> <여행자의 전설> <이웃(HÀNG XÓM)> <천지가 진동할 얘기(Chuyện Động Trời)> <옛사람들(Những người muôn năm cũ)> <생쥐 띠의 실종(Tí chuột mất tích)> 등 6편을 실었다. 마지막으로 밍쭈엔(Minh Chuyen) 작가의 르포 ‘숨겨진 상처’를 싣는다. <편집자주> 숨겨진 상처 전쟁은 지나가고 과거가 되었다. 시간과 삶은 모든 지역과 신체에 있던 상처를 점점 아물게 했다. 자연의 푸름과 나무는 전쟁 때의 비참했던 흔적들을 지워버렸다. 그러나 인간의 아픔과 그들의 몸속에 숨겨진 후유증으로 인한 아픔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홍강(紅江) 하류에 있는 조그만 땅 타이빙(太平), 좁고 인구도 얼마 안 되는 이곳은 5만 명이 넘는 열사가 있고 수십만 명이 전쟁 후유증을 앓는 곳이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3대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일도 있다. 그것은 미국이 남부에 쏟아부었던 다이옥신의 후유증이다. 전쟁이 끝난 후 그들은 고향으
아세안익스프레스가 계묘년(癸卯年) 신년을 맞아 베트남 소설 <열세 번째 나루(Mười ba bến nước)> <여행자의 전설> <이웃(HÀNG XÓM)> <천지가 진동할 얘기(Chuyện Động Trời)> <옛사람들(Những người muôn năm cũ)>에 이어 <생쥐 띠의 실종(Tí chuột mất tích)>을 6번째로 싣는다. 응웬 타이 하이(Nguyễn Thái Hải)는 다수의 청소년 소설을 발표했다. <편집자주> 생쥐 띠의 실종(Tí chuột mất tích) ‘아이스크림 타잉’은 착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타잉의 별명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타잉은 집안 살림에 보태기 위해서 아이스크림 통을 메고 장사를 하러 다녔다. 타잉은 다른 아이들처럼 아이스크림을 파는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쉬는 시간에 바로 자기 학교에 와서 아이스크림을 파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 때문에 아이스크림 타잉은 같은 학년의 오후반 학생들과 사귀게 되었다. 그들은 빙, 산, 카잉과 생쥐 띠였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계묘년(癸卯年) 신년을 맞아 베트남 소설 <열세 번째 나루(Mười ba bến nước)> <여행자의 전설> <이웃(HÀNG XÓM)> <천지가 진동할 얘기(Chuyện Động Trời)>에 이어 <옛사람들(Những người muôn năm cũ)>를 5번째로 싣는다. 응웬 후이 티엡(Nguyễn Huy Thiệp)은 도이머이 이후 <퇴역장군(Tướng về hưu)>이라는 단편소설로 혜성처럼 등장한 작가이다. <편집자주> 옛사람들(Những người muôn năm cũ) “옛사람들 지금 혼은 어디에 있는가?” -부딩리엔- 1.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나는 수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N성(省)에 있는, 여우와 원숭이가 울부짖는 산 구석에 자리잡은 범(Bâm)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그때 나는 대학을 막 졸업한 스무 살의 나이로 아주 어벙할 때였다. 나와 한방을 쓰던 동료는 수학을 가르치던 조아잉이었다. 조아잉은 내 나이보다 두 배나 되었고 부인과 자식이 있었다. 그가 물었다. “나는 징계를 받아서 이곳까지 밀려왔네만 자네는 무슨 업장이 있길래 이 구석
아세안익스프레스가 계묘년(癸卯年) 신년을 맞아 베트남 소설 <열세 번째 나루(Mười ba bến nước)>에 이어 <여행자의 전설>을 싣는다. 주간 <문예지>에서 뽑은 2002년 우수 단편작이다. 작가는 베트남공산당 홈페이지 문예 담당 부편집장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고등학교 졸업시험이 막 끝났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말했다. “절에 사는 동자는 오직 보리수 나뭇잎만 치울 줄 안다. 너는 엄마를 거울 삼도록 해라. 평생 남자를 훔쳐간 여자라고 비난받았다. 자식도 여러 종류이고, 모두 나를 엄마라고 불렀지만, 속으로는 칼로 찌르고 싶었을 것이다. 그놈들이 감옥에 가는 것을 두려워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내 무덤에 풀이 파랬을 것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운송조합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말이 운송업이지 실제로는 매일 물소 수레를 끌고 군청에 가서 소금, 액젓, 성냥, 전등을 받아서 면으로 가져오는 것이었다. 그는 항상 웃통을 벗어 윗도리를 배에 둘러매고, 수레에는 물바가지와 도시락을 느슨하게 걸고는 안 다니는 곳이 없었다. 멈추는 곳이 집이요, 눕는 곳이 침대였다. 그녀의 어머니는 혼기를 놓친 처녀로 일찍
아세안익스프레스가 계묘년(癸卯年) 신년을 맞아 베트남 소설 <열세 번째 나루(Mười ba bến nước)>를 싣는다. 군 출신 작가 스엉응웻밍은 ‘농촌 여성’을 주제로 쓴 작품이 많다. 남자의 날카로운 눈으로, 냉철한 사고와 따뜻한 마음으로 여성의 운명을 통찰한다. 이 소설을 읽는 것은 베트남 현대사를 이해하는 또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편집자주> 1. 남편에게 새 아내를 얻게 했다. 이옌하 마을에서는 전혀 없었던 신기한 얘기다. 신부는 혼기를 놓친 내 친구였다. 그녀는 남편이 필요했고 합법적인 자식을 간절히 원했다. 내가 중매를 섰다. 나는 시댁과 함께 약혼식에도 갔고, 결혼식 참석은 물론 신부를 데려왔다. (역자주: 베트남 결혼식은 신랑 측이 신붓집으로 가서 조상과 친지들에게 예를 갖추고 신부를 데려온다) 결혼식은 기쁨과 슬픔, 수줍음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신부가 행복의 방으로 들어갈 때 나는 조용히 뒷문을 지나 정원을 가로지르는 지름길로 나왔다. 보따리를 가슴에 안고 울면서 걷다가 무작정 나루터로 달려가 사공을 불러, 강 건너 친정으로 갔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던 '여자에게는 열두 나루가 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는 다른 여